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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투어 가이드

칭구왕 2010. 5. 25. 21:51

영축총림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있다? 없다!
통도사 구석구석 투어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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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있다? 없다!
통도사에 닿으면 우선 산문에서 보행로를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소나무숲길이 반긴다. 넓은 통도사 여기저기를 둘러보려면 차가 요긴하지만, 여기서만은 잠시 차를 내려 걷자. 1㎞ 남짓, 바람이 없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춤을 추듯 늘어선 소나무들의 형상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머리 솔숲의 별칭도 무풍한송(舞風寒松). 이른바 통도8경(通度八景)의 으뜸이 바로 이곳이다. 진리에 통달하지 않은 속인들에게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공평하다. 자, 무풍한송을 건너왔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통도사 투어!
통도사(通度寺)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12개의 법당을 비롯, 56동 580여 칸에 달하는 본사(本寺)와 19개의 산내 암자를 거느린 한국 최대 규모의 절. 수행하는 스님들의 수만도 100명이 넘는다. 통도사의 이름은 '통만법 도중생(通萬法 度衆生)'에서 왔다. '모든 진리에 통달해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 잘은 몰라도 부처가 사바(娑婆)에 내려 온 의미와 다르지 않으리라. 물론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겐 상당히 벅찬 과제다.


△ 통도사 본사에서 놓쳐선 안 될 것들

1. 대웅전(大雄殿)

다들 대웅전 앞으로 모이시라. 국보 290호다. 통도사 대웅전은 여느 절의 그것과는 달리 조금 특별하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다. 바로 불상이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통도사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이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곳. 적멸보궁엔 불상이 없다. 진신 사리를 모셨으니 물체로 이루어진 불상을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리라. 대신 통도사 대웅전 옆으로 사리탑이 있다.

통도사 대웅전의 특이한 점은 그뿐이 아니다. 대웅전 주변을 돌아볼라치면 건물 정면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편액이 걸려있다. 게다가 네 방향의 편액의 이름이 서로 다르다. 동쪽으로는 '대웅전(大雄殿)', 서쪽으로는 '대방광전(大方廣殿)', 남쪽으로는 '금강계단(金剛戒壇)', 북쪽으로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 적혀있다. 하나의 건물이 네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2. 구룡지(九龍池)

대웅전의 '적멸보궁'이라고 적힌 편액 앞으로 작은 연못 하나가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은 구룡지. 통도사의 창건 설화를 담고 있는 연못이다.

통도사가 있던 자리는 원래 늪지대였고 그곳에 살던 아홉 마리의 용들이 인근 주민을 괴롭혔다고 한다. 그때 홀연히 등장하신 분이 자장율사. 자장은 여덟 마리의 용을 석계와 울산 등지로 쫓아보내고 한 마리만 남겨 이 연못에 살게 했다고 한다.

지금껏 연못 속에 용이 살아있을 리는 만무. 대신 연못 속에는 동전이 많다. 통도사 측은 매달 한 번씩 연못 속 동전을 수거해 인근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다.


3. 호혈석(虎血石)

대웅전 인근 응진전(應眞殿) 남쪽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면 붉은 색의 돌을 찾을 수 있다. '호혈석'이라 불리는 것으로 나물 캐던 처녀와 젊은 스님 간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사람들, 은근히 이런 걸 좋아한다. 이야기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게 러브스토리다.

대충의 이야기인즉, 나물 캐러 온 처자가 '꽃남' 스님에게 첫눈에 반해 상사병을 앓았다. 부모가 스님을 찾아가 딸을 한 번만 만나 달라고 간청했지만 스님은 이를 거절했고 처자는 끝내 목숨을 잃는다. 세월이 흘러 산중 호랑이가 절에 찾아와 '꽃중년'이 된 스님의 장삼을 찢으며 소란을 부리자 스님은 호랑이를 따라나섰고, 며칠 뒤 백운암 언저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남성의 성기가 잘린 채였다는 약간은 하드고어적인 결말. 이후 절에서는 호랑이의 혈(血)을 누르고자 큼직한 반석을 도량 안에 놓게 되었다고.


4. 성보박물관

현재 통도사의 주지스님은? 정우 스님. 지난 2007년 취임 이래 3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하셨다. 그중 우리 관광객들에게도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박물관을 무료 입장으로 바꾼 것. 굳이 무료가 아니라도 아깝지 않을 박물관이지만 공짜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나?

통도사 일주문 옆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성보박물관이자 국내 유일의 불교 회화 전문 박물관. 불교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 보물 11점과 지방유형문화재 34점을 포함한 약 3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중앙전시실에는 그 높이가 3m 가까이 되는 무량사 미륵불괘불탱이 전시되어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작품이니 놓치면 손해.


5. 예불 종소리

저녁 예불을 행하기 전인 오후 6시부터 20분간 범종루에서는 가사를 두른 스님들이 나와 범종과 법고, 목어를 친다. '친다'는 표현보다는 '연주한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

청랑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무뚝뚝한 북소리, 그리고 단아한 듯 경쾌한 목어 소리가 하나가 된다. 소리는 사방으로 퍼졌다 다시 모여든다.

저 멀리 영축산의 산그림자를 때리는가 하면 산문 밖 통도천 물줄기를 휘돈다. 그러는 새 산사의 어스름은 더욱 깊어진다.

돌아오는 고속도로가 막힐까 봐 서둘러 챙겨나오시는 분들 많다. 그래도 저녁 예불 전 타종 행사는 꼭 챙겨보고 움직이자. 야외콘서트가 별거냐? 산사음악회가 따로 없다.


6. 그 외

통도사 본사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불교문화적으로나 좀 더 깊이 있는 해설을 원하신다면 일주문 앞 관광안내센터를 찾는 것도 한 방법. 불법이 두터운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경내를 가이드해 준다.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가량 소요. 주말에는 아무래도 미리 연락을 해 시간을 정해두는 편이 서로에게 편하다. 055-384-9968.

참! 본당 경내에선 어디라도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니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찰 주요 건물들의 특징과 역사적 배경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 부속 암자 돌아보기

지금부터 '옵션 투어' 들어가시겠다. 산내 암자 돌아보기. 통도사에는 모두 19개의 부속 암자가 있다.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시간상의 문제(으레 '투어'란 게 다 그렇다)로 그중 서운암, 사명암, 자장암, 극락암만 다녀오는 코스. 다음에 시간이 나시거든 꼭 다시 들러 다른 암자들도 다녀보시길(이 또한 투어 가이드의 단골 멘트). 암자들마다 정취가 특별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1. 서운암

들꽃과 장독대로 유명하다. 암자 주변 20여만 평에 핀 100여 종의 야생화 수만 송이가 산사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얼마 전 들꽃축제가 끝났지만 들꽃은 여전하다. 게다가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10열 종대로 늘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독대들. 산사가 아니라 시골 마을 풍경 같다. 된장, 고추장 등 시식도 가능. 된장 1.5㎏ 1만3천원, 고추장 1㎏ 1만원, 간장 0.9L 8천원.



2. 사명암

이곳의 감원(말사의 주지격)인 동원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단 두 명뿐인 주요 무형문화재 단청장이다. 스승이었던 해각 스님께 단청과 탱화를 직접 전수받았다고. 전국의 사찰 중 스님이 손수 단청한 곳이 100여 곳에 이른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제 집인 사명암의 단청이 통도사, 아니 전국 어느 곳의 단청보다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다.



3. 자장암

자장암에는 생불(生佛)이 있다. 금와보살(金蛙菩薩). 개구리다. 자장율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무렵 두 마리의 개구리가 떠나지 않자 율사의 신통력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개구리들을 살게 했다고. 금와보살을 보면 행운이 따른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라오지만 그것도 인연이 닿아야 한다. 최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부엌의 국자 위로 자주 출몰하신다니 참고하시길.



4. 극락암

선원도량인 극락암 앞마당에는 '극락영지'라 불리는 작은 못과 함께 그 못 중간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 위에 있으면 말 그대로 극락 위에 떠 있는 느낌. 통도8경 중 여섯 번째가 바로 극락영지에 비친 영취산의 모습이라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연꽃이 만개해 수면 위로 영취산의 반영을 보기는 힘들다. 연못 옆 한 그루의 늙은 벚나무도 일품.

글=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